우울하게도, 우린 결말없는 이야기를 참지 못했지.
행복하거나 또는 불행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라면 아무 소용도 없었던 거야.
눈처럼 쌓인 세월은 두께를 이루었고,
거의 잊었다고 믿은 적도 있었어.
그러나 가장 낮은 곳에서 서서히 녹아내린
그 사소한 이야기는 저 혼자 깊은 물길이 되어 흘러갔지.
마지막까지 뒤돌아보면 안 되는 거였는데,
라는 후회조차 이젠 무심하기만 해.
그래서 우린 행복해지지도
불행해지지도 못한 채, 결말지어졌지.
돌아가지도 못하고
앞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끝이 나버렸지.
그 끝에서는 차디찬 눈과 같은 맛이 났어.
슬프도록 아무런 맛도 없었던거야.

그 사랑이 어떠했냐고 먼 훗날 그대가 물으면 어떻게 할까.
눈물은 모두 바람에 말라버렸다고 대답할까.
그대가 허락하지 않았던 눈물 때문에
내 마음도 서걱서걱 말라버렸다고 대답할까.
그리워한 시간들은 모두 모래알이 되어
그때부터 사막 하나 지니고 살았다고 할까.
아직도 사막 언저리 어딘가에
그리운 그대가 서성인다고 할까.
먼먼 훗날 그대 내가 그 사랑을 물으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그대에게 있으니
나에겐 처음부터 사랑이 없었다고 할까.
그대가 사랑한 것은 거짓이라고 할까.

그 마음 흐트러진 지 수 해가 지나고
지울 수 없다 했던 흔적 까맣게 씻겨가고
우리 어떻게 헤어졌지, 더듬거리는데
그대는 여전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헤어질 이유는 없었는데
그저 불온한 젊음을 견딜 수 없었던 것뿐
고작 그것 때문이었어, 원망도 않고
그대는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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