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찾아와서 내가 잠시 쉬어가는 처마 밑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은 크고 건강하고 하얀 두 날개를 가진 새니까요.
비가 그치면 푸르고 넓은 하늘로 날아가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처마 밑에서 비를 잠시나마 피하게 해 줄 수밖에 없어요.
밖은 아직도 폭우 중.
그걸 잊게 할 수도
멈출 수도 없어요.
그냥 있을 뿐이에요.
바람도 불고 천둥소리도 빗소리도 들릴 거예요.
그러니까 해가 뜨면 가도 괜찮아요.
창문을 열고 들어온들 그리 따뜻한 집이 아닐지도 몰라요.
온화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을지 몰라요.
그러니까 날개가 마르면 가도 좋을 만큼 당신이 좋을 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