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어느새 그대의 얼굴이 나의 영상 속에 그려지고,
내 상상의 화면 속에선 그대와 내가 한 편의 영화를 만듭니다.
상상의 세계 속에서 못할 것이 없지요.
언제나 그대와 내가 주인공이고 행복한 결말에 이릅니다.
그 세계에선 내가 그대에게 원하는만큼 사랑 받을 수 있고,
또 나는 호기롭게 나의 사랑을 그대에게 보여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눈을 뜨면 언제나 슬픈 현실,
언제나 비극으로 끝나는 사랑이라는 내 슬픈 영화.

사랑
그대가 내개 보여주는 것은
소리가 없는 풍경
의심의 티끌도 불안의 빗방울도 닿지 않는
완벽한 세계
지상의 것이 아닌 슬픔과 또 기쁨으로
충만한 영혼
그리하여 나는
입구도 출구도 없는 그곳에 갇혀
사랑이라 불리는 잔인한 꿈속에 갇혀있다.

너를 보내고 난 뒤
나는 낯선 풍경이 될 것임을 직감하지만
그래도 사력을 다해 웃을 것이다.
/ 김송포

많이 아팠다는 네 눈 참 맑다.
정작 아픈것은 함부로 굴린 시간이었다고
창백하게 꺼내 놓은 말
오랜만에 넉넉해 보인다.
곁에있는 것 무엇이나
소중히 바라보는
네 아픔속에
나도 있을 걸 그랬다.

곡절
반달이 나무를 안고 슬픔에 차 있다.
굽어보니 내 얼굴이고 멀어져 가는 당신 얼굴이다.
내가 아닌 당신이 저수지에 비친다.
달의 뿌리가 반만 물에 담가져 있다.
백만 년 동안 나무의 등만 바라보듯
곡선처럼 휘어져 다시 돌아오기를 꿈꾼다.
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배를 내밀고 반만 돌아온다.
앞뒤를 다 보여줄 수 없어서 한쪽 그늘만 보여주고 사라진다.
물이 반만 차 있다.
기울어가는 달의 속이 뚫려 있다.
패인 나무속에 들어가 한쪽을 바라본다.
사라진 반달의 기억,
슬며시 멀어지다 건너온 당신,
물에 반만 비추고 돌아선 곡절이 내안에 있다.















